coffee.

설명 할 수가 없는 것 들.

엠씨우퍼 2011. 1. 13.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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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잘 찍는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조금 일찍 디지털 카메라를 잡은
그 누적된 시간 때문에 남들보다 경험치가 많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가, 이럴땐 어떻게 찍느냐 하는  뉘앙스의
"어떻게 하면 사진 잘 찍어요?" 라는 질문을 종종 받곤한다.
 
  가장 난감한 질문이다.
질문자체는 참 쉽고 대답하기도 쉽지만, 과정을 설명하기가
참 난감한 질문인 것이다.
 
  여러 책에서, 다양한 상황별 조리개 및, 셔터속도에 대한
대략적인 값들을 제시 해 주고 있지만, 실제 필드에서
맞닥드리는 상황들은 결코 녹녹치 않기 때문에, 책에서 본
그 데이터들을 곧장 적용시킬수가 없는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내가 당혹감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그런 점이다.
"그냥 나가서 한번 찍어보세요" 라고 대답 해 주고 싶지만
무성의 해 보일까 싶어 내가 아는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 해 주는데 그친다.
 
  그는 아마도, 내가 말해준 데이터 데로 촬영을 해 볼 것이지만
정작 사진은 마음에 들지 않을것이다.
생각만큼 찍히지 않을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엔 몰랐다
조리개가 뭔지, 셔터속도가 뭔지, 감도가 뭔지
그리고 이 세가지 값들의 상관관계가 사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당연히 알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 찍어놓은 사진의 메타데이터를 참고해서 기억하고
있다가 필드에 나가서 적용시켜보고, 그도 아니라면 또다른 사람의
사진을 유심히 살펴봤다. 메타데이터가 삭제되어 촬영정보를 알 수
없는 사진이라면, 사진상에 나타난 현상들을 뚫어져라 보며 촬영
데이터를 추론 해 볼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무작정 필드에 나가서 맞닦드려 보는것이다.
그냥 내가 아는 사실이든 추측이든, 그것을 사진에 무작정 적용
시켜보고 사진으로 확인 해 보는것이다.
소위 말하는 "체득데이터"를 축적 한 것이다.
 
  내 나름의 체득데이터는 책에서 말하는 값들과 달랐다.
아주 다르지 않았지만, 책 대로 찍지 않았다.
F11로 찍으라고 책에서는 권장하지만, 내가 가진 렌즈는
F14에서 가장 이쁜 모습을 그려주었기에 그렇게 찍었고,
감도를 올리는것은 사진의 입자를 거칠게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말라 되어있는 조건에서는 그것은 나에게 맞지 않다 판단하여
감도를 올려 찍기도 했다.
 
  적어도 내가 무슨 장비를 쓰고 이 장비는 어떨때, 가장 효과적인 표현을 해 내며
어떤 특징이 있고, 한계는 어디까지 이며, 또 어떤 단점이 있는지를 알려면
그 장비를 마르고 닳도록 써 봐야 한다.
  그래서 나는 장비를 자주 바꾸는 사람이나, 자주 장비를 바꾸는 행위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쓰는이와 장비가 서로 하나가 되기도 전에 남남이 된다.
그러면서 과연 얼마나, 잘 다루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때문에, "어떻게 찍어야 되요?" 라고 묻는 질문에
나는 당황스럽고 난처 할 수 밖에 없다.
"나가서 알아서 찍으세요" 라고 대답 해 주고싶다.
정작 나는 그게 답이라고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니까.
 
  실제로 필드에 나가면 앞서 말했듯이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야간에,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삼각대에 미세진동이 계속 전해져
장노출을 하기 힘든 상황에선 할수 없이 감도를 올려찍어야 함에도
장노출을 하세요 라고 강요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큰 카메라를 들었거나, 무언갈 새로이 시작한 사람들은
빠른 기간안에 결과물을 뽑아내려고 안달이다.
애초에 질문 부터가 "어떻게 하면 사진 잘 찍어요?" 로 시작한다.
잘 찍는다는 기준이 뭔지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이사람들이
말 하는 사진 잘 찍는 비결은 풍경에 크게 집중되고 있다.
 
  풍경은 생각보다 빠른 대상이고, 그 변수가 무한하다.
따라서 사진을 꽤나 찍는다는 고수들도 필드에 나가서
상황을 봐야만, 세팅값을 결정 할수가 있다.
일괄적인 감도100에 조리개 8놓으시고 셔터속도는 1/500을
들이댈 수가 없는것이다.
 
  그래서 책 대로 하면 망한다.
내가 가르쳐 준데로 찍으면, 그사람 사진은 망친다.
그사람들 기준대로 "못 찍은 사진" 이 된다.
 
 
  가서 보고 판단하고 판단하는것은 찍는 사람 본인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 투자가 많이 되고, 수없이 찍어야 하는것이다.
카메라를 자주 바꾸는 사람들은, 그 카메라와 자기가 하나가 되지 못한다.
카메라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도 다 모르고,
그 기능들을 다 쓰지못 할 뿐더러, 어느조건에 어떤 기능을 써야
하는지도 모른다. 순식간에 행해지는 변수들을 조합 해낼 능력을
기르기도 전에 카메라를 바꿔 버리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사진 잘 찍어요?"
라고 물으면,
가서 찍어보세요. 그리고 또 찍어보시고 체득데이터 쌓으세요.
저도 그렇게 했어요.
라고 대답 해 줄수 밖에 없다.
 
  뭐 이러저러 하게 찍어보시면, 어떻게 나올거에요
라고 가르쳐 준다면, 내입장에선 나는 양심불량이다.
그렇게 뻔히 안나올걸 알면서도 그렇게 가르쳐 줘야 하니까.
 
  시간이 지나서, 몸에 베인 체득데이터는, 오감에 입력 되어있고
손끝에 저장되어, 어느순간 내가 계산하기도 전에 손가락이 움직여
적절한 값들을 세팅 해 놓고 있다.
 
체득화된 데이터와 지식을 말로써 글로써 설명 할 수가 없는것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되는것을
어떻게 설명 하라는 말인지 나는 어렵다.
 
 
 
  커피 로스팅을 공부 하는데
막상 내가 겪은 사진의 체득데이터를 생각하면 로스팅 잘 하는
사람곁에 가서 "어떻게 하면 로스팅 잘할수 있을까요?" 라고
물어 볼수가 없다. 아마도 분명 어리석은 질문일것이다.
 
로스터의 귀에, 코에, 그리고 손바닥에, 그리고 팔에..
오감에 입력된 로스팅 포인트를 말로써 글로써 설명할 수
없을것 이라는것을 사진의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분명 그럴것이다.
해보니, 로스팅을 설명한 책대로 로스팅이 되지 않음을
체험했다.  그렇게 하면 안된다 라고 되어있는 잘못된 방식으로
로스팅을 했는데도 결과는 좋을때도 있다.
 
 그렇다면, 책이 잘못되었거나 설명이 잘 못 된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 해 볼수도 있지만, 나는 이유를 알것도 같다.
그 로스터가 있는 장소, 가지고 있는 장비, 그리고 그날의 상황에
따라 결과는 다를것이기 때문에, 로스터는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통제 할 수 있는 변수들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수들을 통제 하면서, 오차범위를 점차점차 줄여
이상적인 하나의 값에 매우 근접한 범위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일것이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건 옳던 그르던 어떠한 방법일지라도
로스팅을 하고 그것을 통해 체득 데이터를 축적 하는 것이다.
그 데이터는 나의 오감에 입력되어, 글로써 말로써 설명하기
힘들어 지게 될 것이다.
 
 
  로스팅 전문가에게 내가 할수 있는 질문은 딱히 없다.
그저 내가 로스팅을 직접 경험 하면서 쌓은 체득데이터를 가지고
앞에가서 이런 경험을 했으며 이러한 성공과 실패를 하고 내가 분석한
원인은 이러한데 어떤지에 대한 피드백 만을 구할 수 있을 뿐이다.
 
설명 할 수가 없는 것 들.
그것들에 대한 궁금증은 시간과 많은 경험이 요구된다.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것은 그 결과가 어떻든 시도 하여 분석하고
그것이 옳든 그르던 모든 발생하는 데이터를 나의 몸에 입력시켜
놓는것이다.
 
 
 "로스팅 어떻게 하면 잘해요? "라고 묻고 싶지만
그럴수 없다.
 
 무의미 한 질문이다.
설명 할 수가 없는 것 이기 때문이다.
 
 
 
 
 설명 할 수가 없는 것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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